2019. 3. 10. 21:48ㆍ[BOOK]읽고씁니다
읽고 나니
이 생에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은 없지만
어느새 물건에, 그 사람에 대해
집착을 하고 내 마음대로 휘드르고자 하는
내 마음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것도 남의 것도 아니니
내 마음대로 소유하려 하지 않길.
그러한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나가
그것에 내가 반대로 휘둘리지 않기를.
11p. 이른 아침 우물가에 가면 성급한 낙엽들이 흥건히 누워 있다. 가지 끝에 서성거리는 안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져 버린 것인가.
- 첫 장부터 표현이 너무 아름답다.
12p. 가득 들어찼기 때문에 기댈 만한 여백이 없어진 것이다.
19p. 그렇더라도 나는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p.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25p.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27p.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30p. 똑같은 조건 아래서라도 희노애락의 감도가 저마다 다른 걸 보면, 우리들이 겪는 어떤 종류의 고와 낙은 객관적인 대상에 보다도 주관적인 인식 여하에 달린 것 같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
31p. 남이 나를, 또한 내가 남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이해하고 싶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다.
33p.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무슨 말씀, 그건 말짱 오해라니까.
36p~37p. 서민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장려되고 있는 건축 양식이 아파트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본래의 건축 목적을 외면한 채 호화판으로 기울고 있으니 어떻게 된 노릇인가. 심지어 한 가구에 2천만 원짜리까지 있다니, 그것도 '파격적인 가격'이라고 한다니 서민들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이래서 서민들은 혜택권 밖에서 바람비를 맞는다. 가난한 서민의 이름으로 시작된 일이 돈 많은 부자들 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1973년의 이야기.
2019년인 현재는 어떠한가.
아파트라는 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 것일까.
39p. 인간의 일상 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여기에는 자기 성찰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다만 주어진 여건 속에 부침하면서 살아가는 범속한 일상인이 있을 뿐이다.
40p. 사형수에게는 일분 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 한 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히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다.
41p.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깊어짐을 위해서.
46p. 내게 잃어버릴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 남들이 보고 탐낼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끄러웠다.
47p.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56p. 그러자 본래무일물 本來無一物 이 그 생각을 지워 버렸다. 한동안 맡아 가지고 있던 걸 돌려보낸 거라고.
56p. 정말 우리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다.
69p.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목소리를 통해 나 자신의 근원적인 음성을 듣는 일이 아닐까.
- 출가라는 것은 속세와의 연을 끊어야 함인데, 그것이 가족의 연까지 포함인 것인가.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것도 생의 집착 중 하나인 것일까.
87p. 우리에게 대지는 영원한 모성, 흙에서 음식물을 길러내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그 위를 직립보행하면서 살다가 마침내는 그 흙에 누워 삭아지고 마는 것이 우리들 인생의 생태다.
91p. 생동하던 언행은 이렇게 해서 지식의 울 안에 갇히고 만다.
- 실천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
94p. 아니꼬운 일이 있더라도 내 마음을 내 스스로가 돌이킬 수 밖에 없다.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아니꼬운 생각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면 내 인생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95p. <법구경>에는 이런 비유가 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111p. 자기 목숨의 심지가 얼마쯤 남았는지는 무관심이면서,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매달려 살고 있다.
119p. 근대화로 줄달음치고 있는 조국의 수도권에서 이와 같은 무속이 건재하고 계신 것을 보고 대한민국의 신시는 계룡산이 아니라 바로 서울이구나 싶었다.
122p. 노스님은 지게 뒤로 돌아가 도둑이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지그시 밀어주었다. 겨우 일어난 도둑이 힐끗 돌아보았다.
"아무 소리 말고 지고 내려가게."
노스님은 밤손님에게 나직이 타일렀다. 이튿날 아침 스님들은 간밤에 도둑이 들었다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노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에게는 잃어 버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132p. "오늘 하루도 우리들은 용하게 살아 남았군요."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 살아남은 자가 영하의 추위에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화목에 거름을 묻어 준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살아 남은 자들이다.
134p. 고물차에서 풍기는 기름 냄새는 골치만 아프면 그만이지만, 욕지거리는 듣는 마음 속까지 상하게 한다.
- 최근 당한 일들이 많아 이 부분에서 너무나 절절히 공감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면 온 몸에 짜증이 실리고 마음이 나빠지게 되어 그 후의 일도 쉬이 바로 잡을 수 없게 된다. 어찌보면 쉽게 상대방의 감정을 카피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때이다.
137p. 너의 하루하루가 너를 형성한다. 그리고 머지 않아 한 가정을, 지붕 밑의 온도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그 온도는 이웃으로 번져 한 사회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너의 '있음'은 절대적인 것이다. 없어도 그만인 그런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누이야, 이 살벌하고 어두운 세상이 너의 그 청청한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되도록 부디 슬기로워지거라. 네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라. 그것이 곧 너 자신일 거다.
149p. 자기 언어와 사고를 빼앗긴 일상의 우리들은 도도히 흐르는 소음의 물결에 편승하여 어디론지 모르게 흘러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주고 받는 대화도 하나의 소음일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 소음을 매개로 해서 새로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159p. 우리는 물고 뜯고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서로 의지해 사랑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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