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4. 00:00ㆍ[BOOK]읽고씁니다

유시민님의 유럽도시기행 1권.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다른 일정들에 치여서 드디어 읽었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선생님.. 여행에세이라면서요... 왜 세계사부터 현대사까지 모든 지식 방출하고 있으신 거에요.."
정말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그리스로마신화도!
만약 세계사를 정말 1도 모른다 하시는 분들은 읽는 데에 매우 힘이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단어 자체가 생경한 게 많기에 (그래서 내가 세계사를 공부했지) 읽는데 속도가 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고.. 재미없으면 덮게 되고.. 덮으면 손 안 가게 되고... 이러한 테크트리를 타게 될 수도.
하지만 내용 자체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청춘의 독서 때도 그렇고 선생님의 지식 소매 스킬이란, 정말로 또 다시 감탄하고 갑니다. 그와중에 물론 많은 정보를 찾아보셨다 겸손을 보이시지만서도.
유럽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전에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할까? 라고 한다면 음.. 반반이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역사, 박물관, 그 외 기타 배경지식을 알아보고 가서 제대로 깊게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여행 스타일은 가지각색이므로 추천을 하기에는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것 같기도.
7p.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 서문을 읽어보면 작가님이 왜이리 자료조사를 열심히 하셨는지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으로 만나보시길.
30p. 신전을 만든 기술자들은 높은 수준의 공학 지식과 건축술, 미학적 상상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파르테논을 지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먼 곳에서 캔 대리석을 배로 실어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으로 운반하는 작업, 그것을 깎아 다듬고 짜 맞추는 일, 지붕 아래 생긴 공간을 정교한 조각품으로 장식하는 과정에 엄청난 돈과 인력이 들어갔다. 그런 것을 조달할 힘이 있었기에 도시국가 아테네는 파르테논을 지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힘을 그런 식으로 행사한 탓에 도시도 신전도 사람도 참담한 비극을 맞았다.
36p. 종교는 믿는 자에게는 진리이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헛소리이며 권력자에게는 쓸모가 있다.
- 권력자, 신탁에 관한 내용에서 글을 아는 다른 사제가 적어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대목이 너무 웃기다. ㅋㅋ
- [역사의 역사] 여행편인 건가요, 작가님..?
48p. 고대의 장신구들은 수천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름다움에 관한 인간의 의식과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문명의 발전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는 21세기 '스몸비'가 바로 저...입니다... 네.. 뜨끔했습니다.
- 거북이를 따라서 도랑을 찾으시다니. 아니, 근데 거북이가 갑자기 거기서 왜 나와요..?
73p. 그가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오래된 가짜 뉴스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뿐이다. "폴리스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내린 결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 옳은가? 모두가 그렇게 할 경우 폴리스가 존속할 수 있는가?" 아테네 민주주의의 성장과 쇠락과 죽음, 그리고 일시적 부활을 모두 겪었던 소크라테스는 독 당근즙을 마시는 행위로 자신이 던진 철학적 질문에 대답했다.
- 근데 그 와중에 당근즙이라고 해서 맛이 궁금해졌다.
73p.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들이 각자 훌륭해지지 않고, 훌륭한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훌륭해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꽤나 최근에 본인도 했던 생각.
73p.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 시민들보다 얼마나 더 훌륭하며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가? 나는 직접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관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74p. 경로의존성 - 우연히 어떤 길에 들어서고 나면 더 좋은 길을 알아도 가던 길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80p.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 무얼 위해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근심하며 종종걸음을 친단 말인가.'
- 챕터별 제목에 주의하시라. 아테네는 정말 '멋있게 나이들지 못한 미소년' 이었으며, 다른 챕터들의 제목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110p. 정치체제의 변화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만든 것이다.
136p. 바로크 양식은 어떤 것인가? 여러 자료를 검색한 끝에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돈을 많이 들여 최대한 비싸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무언가를 만들라. 그렇다면 그게 바로크 양식이다. 집, 궁전, 인테리어, 가구 등 뭐든 상관없다.'
- ㅋㅋㅋ아..! 깨달음! ㅋㅋㅋ
138p. 나스트로 아주로(Nastro-Azzurro)라는 이탈리아 맥주가 맛이 깔끔했다.
- 선생님의 TMI.
146p. 바티칸 박물관 회랑 전시장의 천장을 보며 오래된 질문을 떠올렸다. 성과 속을 가리지 않고, 모든 권력자들이 황금색을 좋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57p. 표현의 자유와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예술'은 개인의 창조적 활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163p. "바티칸에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그걸 아시시에서 풀었어요. 고맙습니다. 예수님처럼 사는 분들을 대접하니 예수님을 대접한 것처럼 기쁘네요. 제 돈을 쓴 건 아니지만요."
- 선생님의 말, 정말 센스가 대단하다. 부담주지 않으며 이어지는 극찬. 거기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제대로 전달되었으리.
- 시장에서도, 어디에서도. 뜻밖의 발견을 하시고 오셨네.
211p. 이 모든 일을 한 사람이 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아타튀르크는 인류 문명사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모순적인 인물이다. 탁월한 군사 지도자인 동시에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지식인이었으며, 공화주의자였지만 강력한 독재를 했다. 쿠르드족의 반란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주모자들을 냉혹하게 처형했으며,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야당을 해산하기도 했다.
212p. 아타튀르크의 정치철학은 '세속국가론'과 '공화주의', 그리고 '터키민족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아타튀르크는 터키를 '터키화'했다.
226p. 이스탄불 시장통에서 듣는 한국어가 좀 징그러웠다. '아, 이 위대한 자본주의라니!' 시장 입구에서 경찰관이 금속 탐지기로 가방을 검사할 때는 테러 예방 목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 언젠가 다시 무지개를 선연히 볼 수 있기를.
246p. 소수의 거대기업이 아니라 수많은 작고 강한 중소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
-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과연 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256p. 대혁명의 나라 프랑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센강의 생 미셸 다리에서 시들어버린 꽃묶음을 보며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어떤 제도의 집합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 아닐까? 완성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려고 도전하는 몸부림이 아닐까? 때로는 망가지고 부서져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는 이해관계와 생각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다투며 공존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포기하지 못하는 제도와 규칙과 관행, 민주주의란 그런 게 아닐까.
생 미셸 다리의 꽃묶음은 프랑스 민주주의도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287p. 전염병은 지금도 '공정'하다. (중략) 그러나 지구촌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역이 여전히 많다. 어디선가 전염병이 창궐한다는 뉴스가 들리면 그 지역의 국가조직 자체가 붕괴했거나, 아니면 지극히 무능하거나, 사악하거나 또는 둘 모두인 자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해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a bientot,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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